(수원=연합뉴스) 옥 철 이충원 기자 = '동장군을
물리친 사랑의 향연'
재단법인 홍명보장학재단이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 '2005 푸마 자선축구'
사랑팀(2002
한.일월드컵팀)과 희망팀(2006 독일월드컵팀)의 경기는 하얀 눈밭에서 펼쳐진 감동의 한판이었다.
소아암 어린이 치료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3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매년 겨울에 열려왔지만
올해는 그야말로 최악의 여건이었다.
이날
오전 수도권의 체감온도를 영하 20℃까지 떨어뜨리고 올 겨울 처음 한강을 얼어붙게 만든 동장군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예매 표가
6천장이나 팔렸지만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에다 오전부터 흩뿌리기 시작한 눈보라에 시내 교통까지 막혀
그라운드를 찾은 팬들은 많지 않았다.
그라운드에는 눈까지 쌓여 선수들은 악전고투를 거듭해야 했다.
주최 측이 급한대로 눈을 쓸어낸다고는 했지만 그라운드에는 파란 잔디보다
눈이 내려
하얗게 변한 면적이 더 많을 정도였다.
간혹 러시아나 북구 지방의 겨울리그에서나 구경할 법한 '스노우 사커'였다. 주최 측이 도중에
조달해온 빨간색 볼도 등장했다.
여건이 이렇다보니 명색이 전.현 국가대표 선수들이라고는
하지만 미끄러운 눈밭에서 넘어지기 일쑤였고
꽁꽁 얼어붙은 볼은 돌덩이처럼 느껴졌다.
몇몇 선수들은 엉덩방아를 찧었다가 멋쩍은 듯 눈을 털며 일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은 자선축구의 의미를 더 진하게 만들었다.
이날 하루 만큼은 '소아암 어린이들의 산타클로스'가 되기를 자청한
선수들은 입김을
불어가며 한파를 이겨내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들의 표정에서도 따뜻한 마음으로 강추위를 녹이겠다는 의지가 서려 있었다.
경기 시작에
앞서 베테랑 중심의 사랑팀은 빨간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상대적으로 연배가 젊은 희망팀은 텔레토비, 피카추 등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만화 캐릭터
복장으로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흥겨운 캐럴에 맞춰 선수들이 입장할 때 그라운드를 찾은 2천여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뒤늦게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 스탠드의 어린이들은
젊은 태극전사들의 '귀여운' 캐릭터 복장에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사랑팀은 홍명보 대표팀
코치가 수비진을 지휘하면서
골키퍼 김병지(포항), 수비진에 최근 은퇴한 김태영(전 전남)과 현영민(울산), 이민성(서울),
미드필더진에
최성용(수원), 김남일(수원), 윤정환(전북), 공격진에 모처럼 친정팀(수원)
홈 그라운드를 밟은 '오스트리아 올해의 선수' 서정원(SV
리트)과 정조국(서울), 최성국(울산)이 나왔다.
희망팀은 골키퍼 이운재(수원), 수비진에 김상식(성남), 김영철(성남),
유경렬(울산),
미드필더진에 이호(울산), 김동진(서울), 조원희(수원), 김두현(성남), 공격진에 이천수(울산), 박주영(서울),
정경호(광주) 등
아드보카트호 국내파 멤버들이 선발로 나왔다.
양팀 벤치는 박항서 경남 FC 초대감독(사랑팀)과 핌 베어벡 대표팀
코치(희망팀)가 맡았다.
경기를 주관한 홍명보 코치는 "어려운 시간을 내준 선.후배들에게 감사드린다.
날씨가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하게 뛰었으면 한다. 오늘은 선수들이 팬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돌려줬으면
자리"라고 메시지를 보낸 뒤 자신도 사랑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로
뛰쳐 나갔다.
경기 시축은 지난해 이 대회를 통해 모금된 기금의 도움으로 병마를 이겨낸 소아암 어린이 오선택군이 맡아 찼다.
전.현
국가대표 모임 열하나회와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은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자선기금을 전달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국제심판으로
여자월드컵.올림픽 무대에 섰던
임은주(39)씨는 이날 경기를 고별전으로 맡아본 뒤 그라운드와 작별하고 행정가로 변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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