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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축제
제목 '쪽방촌 보일러' 천사 날짜 2015.12.10 09:58
글쓴이 운영자 조회 868

복사 http://blog.naver.com/chnam71/220557301838

20년간 그는 '쪽방촌 보일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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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공 김진근씨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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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한겨울에 옥수수죽 그릇에 손이 붙을만큼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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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돈 들여가면서 그동안 1800가구 보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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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돈 해봐야 얼마 벌겠어요"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섭씨 -5도)로 내려간 지난달 26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쪽방촌 골목에선 세 사내의 거친 입김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이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보일러 연도(연통)를 배관에 연결하고 순환 펌프를 달았다.

그러고선 한 구멍에 연탄 세 개가 들어가는 구멍 세 개짜리 보일러 본체를 번쩍 들어 올려

건물 외벽에 붙이고 눈비를 막는 슬레이트 지붕을 그 위에 고정했다.

김진근(67)씨는 "보일러는 수평(水平)이 맞는 게 중요하다"며

냉기가 올라오는 맨바닥에 엎드려 보일러 기울기를 살폈다.

지난달 23일부터 나흘 동안 김씨는 중구 일대 쪽방촌을 돌며 무료로 연탄보일러를 설치했다.

김씨가 서울 신당동에서 운영하는 보일러 설비 업체 직원 2명도 함께했다.

나흘 동안 김씨와 직원들이 무료로 고치거나 새것으로 바꿔준 보일러만 14대다.

김씨가 쪽방촌에 설치한 연탄보일러 한 대는 쪽방 15~20곳을 한꺼번에 데운다.

김씨 일행의 나흘 작업으로 이곳 쪽방촌에 사는 독거 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150여 명이 올겨울 추위 걱정을 덜게 된 셈이다
쪽방촌 사람들이 호환마마(虎患??)보다 무서워하는 게 겨울 추위다.

김씨는 1996년부터 그런 쪽방촌을 돌며 무료로 보일러를 고치고 새로 놔주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홀로 사는 노인들 거처를 돌봐주던 중구청 자원봉사대가

보일러 기술자를 물색하다 김씨에게 연락한 게 인연이 됐다.

1998년부터는 아예 자기 휴대전화 번호를 독거 노인들에게 돌리며

보일러 자원봉사에 팔을 걷어붙였다.

"언젠가 한 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나도 보일러 좀 해줘!'하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현장에 갔더니 하반신이 없는 노인이 2평도 안 되는 단칸 냉방에 혼자 살고 계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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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어린 시절도 배고프고 추웠다.

1948년 전북 부안군 줄포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잃고 열한 살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잠잘 곳이 없어 고향 사람들이 모인다는 곳을 찾아갔더니

유락동(지금의 신당동) 산 중턱에 지어진 움막집이었다.

김씨는 "땅굴을 판 곳이 누울 자리였고 지붕은 갈대를 엮어 올려놓았다"며

"한여름만 빼고 늘 냉기가 서려 추운 게 한이 됐다.

한겨울에 옥수수죽을 먹을 때 그릇에 손이 들러붙을 정도로 추웠다"고 말했다.

구두닦이, 국숫집 배달, 공사판 막일 등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보일러 설비업은 군에 다녀온 스물아홉에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해 뒤 온수온돌 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서울 신당동에 가게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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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공(工)에게 겨울은 돈을 벌 수 있는 한철 대목이다.

하지만 김씨는 20년째 자기 돈을 들여

보일러, 파이프, 물주머니를 사서 오토바이에 싣고 쪽방촌을 찾는다.

지금까지 서울 중구, 종로구 달동네와 쪽방촌 1800여 가구를 돌며

보일러를 고쳐주거나 새로 놔주고 낡은 장판을 교체해줬다.

김씨는 "찬밥을 먹어본 내가 찬밥 먹는 사람을 외면할 순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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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봉사 사연은 2001년 조선일보 사회면에 소개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본업에 지장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돈, 돈 하며 살아봐야 얼마나 더 벌겠느냐?"며 "남들보다 하루 늦게 태어난 셈 치겠다"고 했다.

그 뒤로도 14년 더 봉사를 이어온 김씨는 "돈 버는 일은 계속 늦춰졌으니

아예 1년 정도 세상에 늦게 태어났다고 생각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땅굴에서 새우잠을 자던 어린 시절이 가끔 생각난다"며

"나도 힘들지만 추위에 웅크린 사람들이 내 보일러로 어깨를 펴는 걸 보면

내 가슴도 확 펴지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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