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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축제
제목 뜨개질 산타 할머니가 北에 보낸 털모자 날짜 2015.12.23 12:29
글쓴이 운영자 조회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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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http://blog.naver.com/chnam71/220576482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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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털실 모자 보내는 칠순의 뜨개질 동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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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나이로 되지 않고

노력으로 이루는 경지임을 남들 위한 봉사로 보여줘

성탄절 산타의 마음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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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투표용지가 오면 어른이 되는 거지.

내가 첫 월급 타니까 어른이 된 거 같았어. 2 때 나 혼자 버스 타고 울산에 가면서

된 기분이던데. 월세 계약서 서명하면 그때 어른이 되는 거야.

아냐, 결혼해서 그 복잡한 인간관계를 겪어봐야 어른이 되는 거지.

무슨 소리. 애를 낳아봐야 어른이 되는 거야. 다 맞는 말 같았다.

친구들이 말하는 어른의 정의는 자주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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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아들이 하나둘 군대에 가자 친구들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비로소 엄마도

진짜 어른이 되는 거라며 군인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우리 어릴 땐 군인 아저씨가 나라를 지켜서 든든했잖아.

그런데 요즘은 철없는 우리 애가 나라를 지키고 있으니 걱정이야."

우리 집 아이가 막상 군대에 가게 되자 친구들이 하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웃을 말이 아님을 알게 됐다.

손바닥만 한 제 방도 제때 청소할 줄 모르는 애가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킨다니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닌 게다. 내 품을 떠난 아이가 제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닌

공공의 일을 위해 무언가 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나도 진짜 어른이 되는 기분이었다.

아마 딸이 혼인해서 아기를 낳게 되면 또 한 번 난 어른이 되겠지.

어른은 한 번에 덜컥 되는 게 아니라

평생 끊임없이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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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은 어떤 어른이 되어가야 할지 주위 선배들을 지켜보며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나도 저리 늙어가며 진짜 멋진 어른이 되어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저런 식으로 나이 먹어선 곤란하겠다 싶은 분도 있다.

내게는 따라 하고 싶은 선배 동화작가가 있다.

딸 여섯을 혼자 힘으로 키워냈고 흰머리 곱게 빗고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후배들을 불러 모아

?동네 서점 응원하러 가자 하는 분이다. 주변머리 없는 우리 후배 작가들은 놀라서 허둥대며

선배님이 판 벌여놓은 일에 우르르 따라가 도와드리는 형국이니

어른 되기가 쉽지 않음을 다시금 알게 된다. 내가 따라 하기 어려운 부분이 또 있는데,

야무진 손끝 솜씨다. 어느 해인가 아동문학 작가들이 모이는 세미나에

책 넣는 헝겊 가방을 백 개나 만들어 와서 우리에게 하나씩 나눠주신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선배님은 뜨개질 할머니다. 기차를 타거나 세미나에 참석하실 때

늘 작은 뜨개실 가방을 챙기신다. 눈으로 귀로 여러 정보를 챙기면서도

손은 쉬지 않고 뜨개질을 하신다. 집에서는 텔레비전 보실 때 뜨개질을 하신다고 한다.

내려다보지 않고도 손이 저절로 움직여서 계속 같은 걸 떠내기에 속도도 아주 빠르다.

우리가 우왕좌왕하며 수다 떠는 사이에 요술처럼 모자가 하나 똑 떨어진다.

모자가 어두운 색이면 중간쯤에 밝은 줄무늬가 서너 줄 들어가는 식으로 디자인도 생각하신다.

어른이 쓰기엔 조금 작지 싶은 크기이고 아프리카 신생아에게 보내는 모자보다는 제법 큰 정도이다.

1년 내내 그리 모자를 뜨신다. 사정 모르는 이들은 모자가 예쁘다고 나도 하나 주세요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자는 임자가 있는 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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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뜨개질 산타 할머니가 에 보낸 털모자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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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날씨가 우리보다 더 추우니 겨울이 길잖아. 오래전에 남북 작가들 회의하는 일로

북한에 가보니 아이들 옷이 허술해서 겨울에 춥겠더라고. 모자라도 하나 쓰면 체온이 조금 보호되니

겨울나기가 수월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이것뿐이지만 열심히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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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자들은 차곡차곡 상자에 담겨 있다가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단체에 기증된다.

쌀도 연탄도 폐결핵 약도 그곳에서는 다 필요하겠지만 찬바람을 막아줄 아이들 모자도 필요하겠지.

그런 생각을 어른이 아니고서야 어찌 하겠는가. 생각만 하고 말만 한다면 어른이 되기는 한참 멀었다.

큰 어른은 몸으로 보여주신다. 남쪽 산타 할머니가 보낸 뜨개질 모자를 쓴 아이들은

얼굴도 모르는 어른이 자기를 위해 평화를 기원하며 모자를 뜬다는 걸 알려나. 알겠지.

누가 보냈는지 모르는 모자이지만 춥지 말라고 정성스레 뜨개질하는 그 시간의 정성을

어렴풋이 느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털실 값도 만만치 않아서 털실 가게가 폐업 정리라도 할라치면

선배님은 급히 달려가 한 무더기를 사 오신다. 단골 털실 가게에서는 자투리 털실을 도맡아

싸게 사 오신다. 자투리 실도 이어서 모자를 뜨면 색동무늬 모자가 되니 예쁘기만 하다.

그 사정을 아는 이들이 털실을 몇 타래씩 선배님께 보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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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습을 내내 지켜보면서 어른의 정의를 새로 배우게 됐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사랑을 적절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 사랑의 표현은 복합 구조물이어서 노동과 시간과 돈이 다 필요하다. 훌륭한 일을 하지만

사정은 어려운 곳을 기억하고 기부금을 조금 보내고, 배달 물량은 많고 시간에 쫓겨

식사도 제때 못 했을 택배 기사에게 초코바와 밀감 한 알을 건네고,

외로운 친구를 불러내 뜨끈한 국을 끓이고 밥을 지어 먹이는 그런 사소한 일을 기꺼이 하게 된다면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는 것이리라.

성탄절에 선물을 나누어주러 다니는 산타클로스도

청년이 아닌 어른 모습으로 설정되어 있다. 왜 그랬는지 이제 알겠다.

산타클로스 흉내 내기로 우리는 또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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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진 동화작가·서울디지털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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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원 일러스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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