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홈으로 contact us 사이트맵
산타축제
제목 35년간 900명에게 무료로 의수족 만들어준 이승호씨 날짜 2015.12.23 12:53
글쓴이 운영자 조회 774

?내가 더 많이 받은 것 같아"

?

베트남인에게도 제작해줘

"맨처음 인공 팔 한 할머니, 가을되면 깨·참기름 보내

?

?

이승호(64)씨는 아직도 19804월의 어느 날 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린다.

서울 종로구 원남동 사거리 한쪽에 인공 팔·다리를 만드는 가게를 차린 지 1년 남짓한 때였다. ?

한참을 게 밖에서 두리번거리던 60대 할머니와 젊은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 아들과 함께 창경궁 구경을 왔다가 들렀다는 이 할머니는

진열대에 놓인 석고 인공 팔을 말없이 들여다보다 "얼마냐?"고 물었다.

살 형편이 안 돼 보이는 할머니에게 이씨는 "꽤 비싸다"고만 답했다.

옷 왼쪽 어깨 밑 부분이 헐렁한 할머니는 작은 한숨만 쉬면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 옆에 있던 아들은 결혼을 넉 달 정도 앞뒀다고 했다.

아들 결혼식장에 성한 팔을 하고 가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니 이씨도 마음이 흔들렸다.

"돈 안 받고 한 번 만들어 드릴 테니까 치수부터 재시고 한 달 후에 가지러 오세요."

이씨가 여러 번 권하고 나서야 할머니는 작업대에 팔을 올려놓았고,

두 달 뒤 무료로 인공 팔을 해갔다.

?

2015122100112_0.jpg
?
35년 동안 팔이나 다리가 없는 이웃들에게 무료로 의수·의족을 만들어 준 이승호씨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남동 가게 작업실에서 의족을 제작하고 있다. 35년 동안 팔이나 다리가 없는 이웃들에게 무료로 의수·의족을 만들어 준 이승호씨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남동 가게 작업실에서 의족을 제작하고 있다. 이씨는팔과 다리를 새로 다는 그 순간 얼굴에 나타나는 벅찬 표정을 보는 건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감동이라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

이씨는 "이 할머니를 봤을 때 어릴 때

이웃집 형이 한쪽 팔을 잃고 실의에 빠졌던 게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씨가 열여섯 살 때 고향인 경남 사천에서 친형처럼 따르던 이웃집 형이 월남전에 파병 갔다가

한쪽 팔을 잃고 돌아왔다. 형은 고향에 돌아온 날 몸에 맞지 않는 큰 옷을 입고 있었다.

이웃집 형은 그때부터 사람들을 피했고 방에서 술로만 시간을 보내다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어떤 마음일지 이해가 잘 안 되면서도 죽은 형을 생각하면서

몇날 며칠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

공교롭게도 이씨가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한 곳도 장애인 보조기구를 만드는 곳이었다.

집안이 어려워 중학교만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그는 아버지 소개로 5촌 아저씨 집을 찾았다

. 아저씨는 '고무팔'을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씨는 "당시는 6·25전쟁과 월남전 참전용사 중 신체 일부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

의수족(義手足) 가게들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허드렛일을 하다가 정식으로 기술을 배워 군 복무를 마치고 스물여덟이 되던 해

원남동 지금 자리에 조그만 의수족 가게를 열었다.

?

1970~80년대 국가 경제가 일어나면서 팔다리를 잃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씨는 "손님 중에 상이군경 말고도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남자들이 많았다"고 했다.

대부분 식구를 먹여 살리려고 험한 일을 하다가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의수족 하나를 맞추려면 지금 돈으로 300~400만원이 들었다.

의수족을 만지작거리다 돈 때문에 발걸음을 돌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

이씨는 1980년 할머니에게 인공 팔을 무료로 해준 걸 시작으로

지금까지 형편이 어려운 900여명에게 새로운 팔과 다리를 대가 없이 달아줬다.

지난 11월에는 한·베트남 문화교류협회의 요청으로 베트남인 4명에게 의수족을 만들어줬다.

3명은 이씨가, 1명은 익명의 독지가가 비용을 부담했다.

이씨는 "팔과 다리를 새로 다는 그 순간 얼굴에 나타나는 벅찬 표정을 보는 건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감동"이라고 했다.

?

이씨는 지난 20114월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의수족을 만들어 준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그는 "맨 처음 인공 팔을 해 드린 할머니가 가을만 되면 들깨, 참기름 등을 계속 보내주셨는데

인공 팔 값보다 내가 더 많이 받아먹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