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가장의 삶의 나침반이 된 주인집 아줌마)
나는 가장이다 엄마아빠는 둘 다 고아라고 했다 보육원에서 같이 자라고 결혼했다고
그리고 내가 열두 살
때, 두 분은 버스사고로 돌아가셨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었을까, 일곱 살짜리 동생과 두 살짜리 동생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새벽엔 배달을 하고... 다섯 평짜리 방에서 셋이 잤다
학교에서는 장학금도 줬다 수급자비도
정부에서 줬다 분유, 기저귀, 대부분 그런 걸 사는데 썼다 물론 그 때는 지금보다는 쌌다
그래도 꼬박꼬박 저축도
했다 한 달에 오만 원, 많은 돈은 아니었다 사실 그것도 주인집 아줌마 명령이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아줌마가 나를 앉혀두고
말했다
"너, 대학 갈 거니?" "아, 일하려고요" "아니야, 잘 들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 그래서
과외를 하렴"
‘어린 나이에 몸이 상하면 나중에 더 먹고 살기 힘들다’고 했다 ‘몸도 커서 다섯 평에서 자기도 힘들
텐데, 돈 많이 벌어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라’고
세상에 착한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이 아줌마 덕에 믿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믿기 어렵게도 이 대학에 붙었다 물론 기회균등 전형이었지만 과외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다 한 달
만에 내 손에 60만원이라는 돈이 들어왔다
학교에서는 생활비와 장학금을 주었고, 정부에서도 지원을 끊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아줌마한테 감사하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 이사를 갔다
그리고 동생들과 며칠 전에 아줌마를 찾아갔다 뭘 사갈까
고민하다가 고구마케이크랑 음료 세트를 양 손에 들고 갔다 아줌마는 고생했다고 우리 등을 다독여주셨다
큰 동생은 이제
고3이다 작은 동생은 이제 중학생이 된다 아줌마는 정말 빠르게 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괜히 눈물이 났다 결국 우리
넷은 울었다 이 자리를 빌어,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아줌마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
저는 이제 졸업을
합니다 아줌마! 다 아줌마 덕분입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
- 흙수저의 서울대생
가장 /
새벽편지 소천 정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