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꿈꾸던 20대 청년 안치범씨
방마다 초인종 눌러 "대피하세요" 21개 원룸… 이웃 살리고 혼자 숨져
불이 난 5층 건물에 뛰어든 후 자고 있던 주민들을 깨워 탈출시킨 뒤 쓰러진 20대 청년이
11일 만에 끝내 숨졌다.
지난 9일 오전 4시 20분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5층짜리 건물에 큰 불이 났다.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에 분노한 20대 남성이 홧김에 지른 불이었다.
불이 나자 이 건물 4층에 살던 안치범(28·사진)씨는 탈출한 뒤 119에 신고하고
다시 연기로 가득 찬 건물로 뛰어들었다.
불이 난 사실을 모른 채 잠든 다른 주민들을 깨우기 위해서였다.
안씨의 이웃들은 경찰에서 "새벽에 자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나오세요'라고 외쳐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씨 덕분에 원룸 21개가 있는 이 건물에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안씨는 건물 5층 옥상 입구 부근에서 유독 가스에 질식해 쓰러진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0일 오전 사망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마친 안씨가 건물을 수차례 올려보다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고 말했다.
안씨는 생전 성우가 되는 걸 꿈꿨다.
합정역 인근에 있는 성우 학원에 다니기 위해
지난 6월 근처 원룸으로 이사와 살다 변을 당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20일은 평소 안씨가 지망하던 방송사의 입사 원서 접수 마감일이었다
. 안씨의 아버지(62)는
"처음엔 불길 속에 뛰어든 아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잘했다, 아들아'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