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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축제
제목 윤장섭 회장 - ?호림박물관 날짜 2014.03.15 10:40
글쓴이 운영자 조회 863

 

복사 http://blog.naver.com/chnam71/30186988074

 

윤장섭 성보실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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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1월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순우에게 편지 한 장과 도자기 몇 점이 배달됐다.

'품평 앙망하나이다. 백자상감모란문병 200만원 분청사기철화엽문병 250만원

자라병(높은 값을 부르는데 혹 모조품은 아닌지요).'

최순우가 그 편지 위에 바로 답장을 써 보냈다.

'번은 값을 좀 조절하더라도 놓치지 마십시오. 나머지는 별것 아닙니다.'

 

보낸 이는 사업가인 윤장섭 성보실업 회장.

골동상이 들고 온 도자기를 사도 되는지 당대 최고 문화재 감식안(鑑識眼)에게 묻는 편지였다.

1970년대 초반 두 사람 사이에 오간 편지가 170통을 넘었다.

윤장섭이 전문가들에게 물어물어 40여년 사 모은 문화재가 15000여점이나 됐다.

국보 8, 보물 46점을 포함해 하나하나가 일급 문화재다.

리움, 간송과 함께 3대 사립 미술관에 꼽히는 호림박물관 얘기다.

개성 출신 실향민 윤장섭은 광복 후 종로에서 실 장사로 시작해 자수성가했다.

큰돈을 모았지만 여전히 겉치레와 거리가 먼 일상을 산다.

아흔 넘은 지금도 서울 혜화동 집을 나서 지하철 타고 소공동 사무실에 출근한다.

토요일마다 강남에 있는 호림박물관에 갈 때는 지하철을 혼자서 세 번 갈아탄다.

점심은 몇천원 하는 밥으로 해결한다.

남대문시장에서 구두 사 신고 이면지를 잘라 묶어 메모지로 쓴다.

그는 이렇게 아낀 돈을 몇억 원짜리 도자기를 살 때는 아낌없이 썼다.

 

윤장섭은 아무리 탐나는 유물이라도 도난·도굴품이 아닌지 의심스러우면 거래하지 않는다.

투자 가치는 둘째다. 후세에 남길 만한 것인가를 먼저 따진다.

기업인 중엔 재단을 세워 소장품을 사회에 환원한다 해도

각별히 아끼는 것들은 집에 두고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윤장섭은 호림박물관을 세울 때

유물을 조사하러 간 전문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사람 보기 전에 저기 있는 도자기부터 챙기세요."

좋은 물건일수록 먼저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호림박물관에서 그제부터

'너그러운 형태에 담긴 하얀 빛깔'이라는 백자(白磁) 항아리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넉넉하고 푸근한 곡선이 아름다운 달항아리들을 비롯해

이 박물관이 자랑하는 최상급 조선 백자 90점이 나왔다.

윤장섭은 세상을 뜬 뒤에도 호림박물관이 끄떡없이 굴러갈 수 있도록

박물관에 부동산과 유가증권을 추가로 기증했다.

그러면서 "죽으면 내가 다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하나도 섭섭하지 않다"고 했다.

설립자의 향기가 더해지니 전시장이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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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김태익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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